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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교육 & 자녀교육

[독일, 교육학 & 초등교육 & 유아교육] #09. 독일 가정집은 '캠핑장' ?!

by 바후르 2020. 6.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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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독일 사람들은 집 공사나 관리를 '준전문가' 수준으로 하더라.

일반적으로 독일 사람들은 (한국에 비해) 여유로운 개인 시간을 활용하여, 자신의 공간을 꾸미고 관리하는 것을 즐긴다. 보쉬(Bosch) 같은 유명한 전동공구 회사가 독일에서 만들어진 이유도 쉽게 설명이 된다. 여하간 내가 만난 독일 사람들 대부분은 준 전문가 수준의 전동공구와 조경 도구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 덕에 몇 달 전, 나도 아이들을 위해 집 안에 그네와 해먹, 줄사다리를 설치하였다. 가끔은 천정에 뭐가 많이 매달려 있는 게 어지럽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무척 좋아한다. 나도 가끔 머리가 복잡해질 때면, 거실로 나와 해먹에 앉아 쉬거나 그네 걸터앉아 본다. 이런 공간을 집 안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여전히 신기하다.

 

해먹에 폭 파뭍혀 잠이 든 둘째. 엄마의 뱃속 같은 느낌일까? 

 

2. 우리도 뒷마당에 '방방'을 설치했다.

작지만,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다.

 

'코로나(Covid-19)' 기간이라 더 그리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으나, 작은 공간이나마 개인 공간이 있으니 훨씬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기분이다.

 

아이들도 정원에서 소꿉놀이를 하거나, 화단에서 흙장난을 치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게 실컷 놀고 들어오면, 또 한바탕 집을 치워야 하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아이들도 나름으로 집 안팎의 환경을 즐기고 있다는 사실과 그 공간이 다른 사람의 방해가 없는 안전한 개인 공간이라는 것에 적이 마음이 놓인다.

 

 

한 달 전쯤, 옆 동네 살고 있는 의사 친구 부부가 마당에 설치하라고 '트램펄린'을 선물로 줬다. 원래 자신의 집에 설치되어 있던 것인데 아이들이 많이 자라 자기는 더 큰 것을 구입했다고 편하게 가져다 쓰라고 했다. '방방'은 한국에서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놀이기구였기에 고맙다고 인사하고 언제 직접 찾으러 가겠다고 대답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친구가 직접 우리 집으로 '방방'을 가지고 왔다. 무게가 생각보다 많이 나가서 자신이 직접 가지고 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단다. 설치해보니 이해가 되었다. 지름이 3m는 족히 되는 '꽤 큰' 트램펄린이었다. 언뜻 '이 친구는 도대체 얼마나 큰 것을 산거야?' 싶은 생각이 머리를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그리 특별한 것은 아니다. 내가 시골에 사는 것이라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집집마다 꽤 큰 방방이나, 미끄럼틀, 심지어는 정글짐 같은 것을 설치해놓은 집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마당에 놓은 축구 골대는 평범한 '고정시설'일 뿐이다.

 

 

타고난 한국인인 우리 집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이런 모습이 신기한 편이지만, 여하간 '평범한 독일 친구들' 덕분에 우리 집 역시 '평범한 독일 집안'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중이다.

 

한 번은 여름을 맞아 동네 마트에서 '쿠폰북'을 보내왔다. 거기에는 각종 다양한 여름 놀이기구들의 종류와 가격이 적혀있었다. 깜짝 놀랐다. 첫째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정에서 쉽게 구하지 않는 다양한 종류의 놀이기구를 일상적으로 판매했기 때문이었고, 두 번째로는 가격이 무척 저렴했기 때문이다.

 

아마 이는 경제학의 제1원칙인 수요와 공급의 균형 때문이겠지? 구입하는 사람이 많으니, 파는 사람도 늘어나고, 파는 사람이 늘어나니 가격은 떨어지고, 가격이 떨어져도 기본적으로 사는 사람이 많으니, 파는 사람은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지금처럼 이 정도의 저렴한 금액이 시장 가격으로 형성된 것이리라.

 

참 신기한 나라이다 싶다.

 

수영풀은 10만원 정도, 축구골대는 3만원, 해먹도 4만원, 미끄럼슬라이드는 8천원 정도다. 파는 곳도 근처고, 가격도 이 정도 수준이니 각 가정에서 당연하게 쉽게 구입하는 것이겠지?

 

 

3. 그러고 보면 독일 가정집은 하나같이 '캠핑장' 같다.

그러고 보면 대부분의 독일 가정집은 캠핑장인 듯싶다. 

집집마다 크든 작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정원이 있다. 아이들이 있는 집이면 웬만한 대형 놀이기구들도 한 두 개씩은 꼭 가지고 있다. 주말이 되면 친구들과 모여 맥주와 음료수를 한 병씩 들고, 쉽게 바비큐 파티(Grillen)를 즐긴다. 그 모습은 우리나라의 잘 가꾸어진 소규모 가족캠핑장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이다. 

 

 

나는 한국에서 캠핑을 전문으로 했던 사람이다. 내가 일했던 기관은 세계캠핑협회(CCI) 한국지부에 속해있었고, 미국캠핑협회(CCCA) 유관단체였다. 독일 유학을 머리에 떠올리면서 당연하게 CCI German부터 알아보았다. 혹 독일 내 관련 캠핑장이 있다면 직접 방문해보고 싶었고, 나아가 유학에 더하여 관련 단체에서 일을 하며 실무경험을 더 쌓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없었다.

 

물론 독일에도 오토캠핑장(Autocamping)이나 텐트 야영(Zelten)을 할 수 있는 캠핑장이 있다. 하지만, 특정 프로그램이 있는 중대형 캠핑장을 찾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지금 다시 곱씹어보니, 독일이란 나라는 캠핑, 그중에서도 리트릿(Retreat) 개념의 캠핑이 일상화된 나라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재밌다. 

 

나는 그럼에도 신체활동 중심의, 아웃도어 프로그램 중심의, 경험 교육을 배우려고 독일로 왔다. 어쩌면,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시설과 프로그램 중심의 캠프 문화가 아닌, 독일과 같은 일상화된 캠프 문화로 나아갈지도 모를 노릇이다. 아직 이 곳에서 더 공부할 시간들이 남았으니, 더 자세히 뜯어보아야겠다. 이런 모습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매의 눈'으로 살펴보아야겠다. 

 

그래도 너무 애쓰진 말아야지. 공자님께서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으니까 나도 좀 즐기면서 하긴 해야지. 길게 보고 가는 거니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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