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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교육 & 자녀교육

[독일교육 & 유아교육 & 홈스쿨링] #20. 첫째의 철학적 사고

by 바후르 2020.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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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크고 있다.

몸도 그렇고, 머리도 그렇고.

몸과 머리가 크는 것만큼

마음도 따라 컸으면 좋겠다 싶은 게

부모의 마음이다.


첫째는 어떤 것이든 잘하고 싶어 한다.

욕심이 있고, 근성도 있다.

어떤 자리에서 어떤 것을 하든,

첫째는 결국 잘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런 모습은 첫째의 큰 장점인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크다 보니,

지금 당장 자신이 잘하지 못하는 것들은

가까이하지 않으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것에 첫 발을 떼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런 모습 역시 첫째 본연의 모습이라,

(어쩌면 우리 부부로부터 기인했을지도 모르고)

우리 부부는 이 모습을 문제로 보지 않는다.

좀 더 자연스럽게,

좀 더 편안하게,

도전을 즐기고,

자신의 실수를 용납할 수 있도록

곁에서 격려해줄 뿐이다.


 

늘 똑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싶었는데, 언제 이렇게 컸는지. 아이들이 크는 모습으로 세월을 안다는 어른들의 말을 실감한다.

 

처음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첫째는 수영을 배우는 것을 싫어했다.

물을 무서워했다기보다는

부모 없이 혼자 낯선 곳에

있어야 하는 것 자체를 싫어했던 것 같다.

 

첫날은 힘들었다.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했고,

아내가 첫째 곁에서 붙어서

다른 친구들의 연습을 함께 지켜보고 돌아왔다.

 

둘째 날부터 용기를 냈다.

첫째 성향에 따라 이내 적응했다.

자세나 순서도 곧 몸으로 익혔고,

간간히 웃음을 지으며 긴장을 풀었다.

 

셋째 날에는

엄마에게 따라오지 말라고 말했다.

혼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스스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아내와 내가 모두 예상했던 바였다.

 

새로운 첫 발을 멋지게 디딘

첫째가 자랑스러웠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첫째를 살짝궁 놀려주고 싶었다.

 

"지온아, 수영 재미있어?"

 

"응, 재미있어."

 

"그것 봐. 네가 만약 처음부터 포기했으면,

이런 재미도 모르고, 엄청 후회했겠지?

엄마 말 듣길 잘했지? 어이구~"

 

첫째는 잠깐 동안 생각해보는 듯했다.

그다음 대답은 

아내와 내가 모두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근데, 만약 내가 경험해보지 못했으면,

어차피 이게 재미있는지 몰랐을 테니까...

그렇게 후회할 것은 없었을 것 같은데?"

 

우리 부부는 한 대 얻어맞은 듯

잠깐 동안 멍해졌다.

첫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누구나 자신이 경험한 범위 안에서만

알고 느낄 수 있는 법이니까.


이젠 사진을 찍을 때도 예쁘게 찍히는 방법을 찾는다. 딸이 점점 아가씨가 되어간다

 

첫째가 점점 커간다.

몸도 크고, 머리도 함께 크고 있다.

곧 우리 사고를 뛰어넘을 것 같다.

 

몸과 머리가 크는 것처럼

마음도 함께 컸으면 좋겠다.

그때에는 어쩌면 자신보다 부족해진

부모 또한 힘껏 품어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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