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교육 & 자녀교육

[독일, 교육학 & 초등교육 & 유아교육] #02. 독일 유치원 (Kindergarten) - 2편

by 바후르 2020. 2. 8.
반응형

*지난화 보기: 독일 유치원 1편 (https://bahur.tistory.com/103)


3. 학교-학부모 상담 (Elternabend)

 

유치원을 포함한 독일의 모든 학교에서는 학부모와 학교가 소통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진다. '학부모의 밤 (Elternabend)'이 대표적이다.

 

이 시간은 유치원에서 정해서 부모들에게 우편을 통해 알려온다. 보통 저녁 5~7시 사이에 시작되는데, 편지를 받은 부모는 아이들 없이 선생님과 만남의 시간을 가진다. 아이들을 두고 가야하기 때문에 보통은 부모 중 한 명만 참여하는 경우도 많다.

 

각자의 상황을 듣고, 이해하고,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목적이다.

교사가 먼저 학교의 철학과 방향성, 앞으로 교육내용을 학부모에게 소개하고, 학부모는 각 가정의 상황이나 아이들에게 특별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 무엇인지 학교에 공유한다.

 

나도 얼마전 이 시간에 참여했다. 유치원 생활을 위해 필요한 준비물이 무엇인지 처음으로 공지 받았고, 앞서 말한 정보공개 동의서, 차량운행신청서, 건강확인서 등 다양한 서류를 작성하고 서명해야 했다.

 

각자 사물함에 옷, 가방, 외부신발을 벗어두고 실내화로 갈아 신고 들어간다.

 


4. 유치원 일정, 아침 도시락

 

우리 아이들은 9시에 등원하여 12시 정도에 집으로 온다. 부모의 사정에 따라 보통 더 빨리 유치원에 가는 아이도 있고, 오후 늦게까지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처음부터 너무 큰 스트레스에 노출되지 않게 해 주려고 오전 타임만 신청했다. 부모가 '학부모의 밤'에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유치원에서 아이들의 시간을 조정하여 담당 교사를 편성하게 된다.

 

참고로, 독일은 '서류'로 이야기 하는 나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가정 또한 유치원에 세 명의 자녀를 등록하려고 무수히 많은 신청서를 작성해야 했다. 한 사람당 족히 2~30페이지의 신청서는 쓴 것 같다. 유치원 참여시간, 식사 유무, 버스 신청 유무, 건강관리 및 공유 내용, 사진 공개 범위 등 크고 작은 사항들을 부모가 일일이 직접 확인하여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했다. 물론, 이는 공유라는 차원에서 좋은 것이지만, 실은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하려는 의도이기도 하다. 

 

 

 


여하간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친구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점심은 집에 와서 먹는다. 그래서 우리는 매일마다

아이들의 아침 도시락을 준비해야만 한다. 조금 귀찮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힘들지는 않다. 보통 독일 아이들의 아침 도시락은 채소나 과일, 요구르트나 간단한 비스킷, 빵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도대체 저걸 먹고 어떻게 사나 싶은데,

생각해보면 독일인은 하나같이 체구가 큰 편이니, 결국 '키'는 노력해봐야 어쩔 수 없는 '축복'의 영역에 속해있는 듯 하다.

 

아이들이 탑승하는 학교버스(Schulbus). 참고로 독일에서 유치원은 '주황색' 표시다. '노란색'은 우체국.


5. 이방인의 독일 적응을 돕는 교육프로그램

 

초등학교에 진학하면 비로소 '학습'이라는 배움이 시작된다. 때문에 정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독일어 능력이 충분하지 않은 아이들을 돕기 위한 예비과정을 마련해두었다. 바로 '예비수업(Vorlaufkurs)'이 그것이다.

 

큰 아이가 이제 곧 만 7세가 된다. 바야흐로 초등학교(Grundschule)에 입학할 나이인 것이다. 때문에 이 교육대상에 포함되어 얼마 전부터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 예비수업과정은 교육청(Schulamt)에서 관리하고, 해당 유치원에서 아동을 파악하여 정보를 전달하는 등 조력하며,

관련 초등학교에서 직접 교사를 파견하는 긴밀한 교육공조 속에 이루어진다.

 

이 수업에서 아이는 보통 일주일에 2번, 한 시간씩 이루어지는데, 노래와 음악, 스포츠, 퀴즈 등 놀이의 요소가 포함된 다양한 방법을 통해 독일어를 배우게 된다. 교육 관청의 지원도 각별하다. 예비수업의 교육비는 물론이고, 수업장소까지 등하교를 시키기 위한 버스 및 인건비 일체를 부담해준다.

 

첫째의 경우 등하교 버스는 오로지 첫째 혼자 탑승한다. 근처에 비슷한 수업을 듣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버스 기사 아주머니가 오전 유치원에 가서 직접 첫째를 데리고 수업시간에 맞게 이동했다가, 수업이 끝나면 다시 집 앞 부모에게까지 직접 데리고 와주신다. 제대로 계탔다. 그러니까 우리 딸은 벌써 전담기사가 생긴 셈이다.

 

사족을 좀 붙이면, 이렇게 좋은 혜택이지만 안타깝게도 나라에서 공지가 내려오는 것은 아니다. 사실 이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본인이 찾아서 신청해야 한다. 독일에선 모르면 손해보고, 아는 만큼 누릴 수 있는 듯 하다. 발품 팔아 이것저젓 알아보면, 사회보장의 나라답게 다양한 혜택이 있을 수 있다. 물론 이 역시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주정부에 따라 상이할 수 있다. 

 

++덧붙인 생각: 독일의 난민정책에 관해 (아래 클릭)

더보기

독일은 이민자뿐 아니라 난민도 많다. 정부는 이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독일어 수업비용을 포함하여 정착에 관련한 다양한 비용을 지원한다. 이는 연방정부의 BAMF 차원에서 이루어진다. 대학 등록 역시 난민을 위한 전형이 따로 있다. 국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난민을 위한 지원에 매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가가 앞장서서 이들을 이렇게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그들을 지원함으로써 잠재적 위기를 제거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만약, 그들이 어려움에 오랜 기간 노출된다면 장기적으로는 위기 집단이 될 가능성이 많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면, 훗날에는 오히려 국가의 산업에 도움이 되는 인력으로 삼을 수도 있는 것이다. 독일 역시 여느 선진국처럼 출산율 저하로 인한 생산인력이 감소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런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비단 인도주의적 지원일뿐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선 투자라고도 볼 수도 있다.

 

물론 초기에는 여러 비판이 있었던 것으로 알지만, 독일의 이러한 일관된 난민 정책은 지금 어느 정도 효과가 드러나는 듯하다. 난민들은 이제 산업 주체가 되고 있는 모양새다. 우리나라의 다문화 인구가 늘어가고 있다. 또한 지방 소도시의 경우에는 산업인력의 대부분을 외국인들에게 대부분 의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에 비해 아직 우리나라의 국민의 인식이나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크게 뒤쳐져 있다. 이에 대해 독일의 난민 정책은 한 번 쯤 참고해볼만 하다 싶다.

 


어쨌든 우리 첫째도 이런 독일 정부의 관심과 지원 속에 여러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하는 듯하여, 아내가 직접 따라갔었다. 부모 마음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다행히 둘째 날부터는 먼저 지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했다.

 

"엄마, 이제부터는 따라오지 마. 가보니까 별 거 아니더라."

 

마음이 적이 놓인다. 이제 아이가 수업에 참여한 지도 일주일이 조금 지났다.

 

매일 큰 애가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어떻게 지냈냐는 말에 별 이야기를 하지 않더니, 얼마 전부터는 첫째가 말이 많아진다.

 

"아빠, 아민(둘째, 가명)이가 오늘 독일어로 대답했다. 오늘 새민(셋째, 가명)이는 독일 애들이랑 같이 계속 놀았어."

 

우리 아이들은 천천히, 그렇지만 즐겁게 독일 사회에 적응해나가고 있는 듯하다.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