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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교육 & 자녀교육

[독일교육 & 유아교육 & 홈스쿨링] #03. 아빠 놀이터, 우리집 키즈카페. (feat. 독일 코로나)

by 바후르 2020. 3.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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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로 떠나오기 전 한국에 있을 때, 기회가 생겨 '한국기독교 홈스쿨 협의회'(http://khomeschool.com/index.php) 대표이신 김남영 교수님을 뵌 적이 있었다. 김 교수님은 자신의 네 자녀들을 모두 홈스쿨을 통해서 기르셨다. 그 자리에서 자신을 경험과 교육적 신념을 토대로 자녀교육에 대해 짧게 이야기 해주셨는데, 그 말씀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자녀를 돈으로 키우면,

그 아이도 나중엔 부모를 돈으로 모실 거예요.

지금 좋은 과외 찾고, 학원 찾아서 기르면

그 아이도 나중에 좋은 요양원 정도는 찾아주겠죠.

 

하지만 지금은 비록 어렵고, 귀찮기조차 하지만

내 시간을 들이고, 정성을 다해 자녀를 키우면,

나중에 부모가 힘이 없어질 때

아이들도 자기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고

부모를 위해 사용할 겁니다."

 

그분의 말씀에 정말 많은 공감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 아이들이 언제까지나 부모를 필요로 할까? 아이들이 커갈수록 부모를 필요로 하는 공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정말 아이들이 부모를 필요로 하는 그 순간에, 그 옆에 있어주는 부모가 되어야지. 

 

자, 그럼 이제 본격적인 '아빠 육아'를 시작해야 할 때다.

오늘은 그 첫 시간.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집 안을 재미있는 놀이터로 만들어볼까 싶다.

작전명, "우리 집 키카(키즈카페) 만들기!"

 

 


 

독일에 와서 이웃들로부터 이래저래 받은 장난감이 많다. 그 대부분의 장난감은 옆 집 아주머니에게서 받았는데, 자신의 손자들, 그 중에 몇은 자신의 자녀들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들이었다. 물론 장난감의 연륜이 느껴졌지만,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어 되려 고풍스럽다 싶은 것들이었다.

 

그러고 보면 독일 사람들은, (아니 생각해보면 요즘 젊은이들은 또 잘 그런 거 같진 않고) 특히 독일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물건을 잘 버리지 않는 것 같다. 앞으로 어디 쓸 데가 있을까 싶은 것도 모두 지하창고(Keller)에 보관하는 습관이 있다. 독일 할아버지, 할머니의 창고는 그래서 때때로 만능상자가 된다.

 

여튼 그 덕분에 우리 아이들은 독일에 도착하자마자 많은 장난감이 생겼다. 비록 얼마 되진 않았지만, 한국에서 눈물을 머금고 두고와야 했던 장난감 따위는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많은 선물을 받았다.

 

 


하지만 많아도 너무 많이 받았다. 구석에 처박아두곤 미쳐 꺼내지 못하고 있던 장난감 일부를 거실로 가지고 내려왔다. 생각해보면 아이들이 놀이를 하면 당연히 어지르고 망가뜨리고 하는 것이 정상인데, 부모들은 그것을 지켜보거나 기다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부끄럽지만 청소년 교육단체에서 일하며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나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반성이된다. 작은 장난감, 금방 더러워지는 장난감들은 될 수 있는 대로 잘 안 보이는 곳에 정리해두려고 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 이 참에 판도라의 상자를 한 번 열어보자!'

 

애써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장난감을 큰 맘먹고 다시 꺼냈다. 부피가 너무 커서 침대 아래 구겨두었던 미니 볼풀놀이터도 아래 거실로 가지고 내려와 다시 설치했다. 이전까지 아빠가 (때때로는 아이들과) 여유롭게 쉴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고 싶었던 거실은 이제 아이들이 신나게 놀, 그리고 온통 어지러워질 수밖에 없는 실내놀이터가 될 것이었다.

'야호, 몹시 신난다! 근데 이 기분은 뭐지? ㅠㅠ ㅋㅋㅋ'

 

침대 아래 묵혀두었던 볼풀을 설치했다. 아이들은 신났다. "그래, 놀이감은 장식이 아니었지. 마음껏 어지럽히고 놀아라. 마음껏! 내가 지금의 이 마음과 관대함을 잃어버리지 전까지 말이다!"

 

옆집 할아버지도 나의 이 프로젝트를 알았는지 때마침 손자들이 사용하던 실내 그네와 해먹을 가지고 방문하셨다. 코로나로 학교가 휴교했다는 소식을 듣고, 집에만 있을 아이들이 혹시 너무 심심해할까 봐 자신의 집을 뒤져 재밌는 놀잇감을 직접 찾아서 오신 것이었다. 참으로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두둥. 드디어 실내놀이터가 완성되었다.

 

역시나 아이들은 무척 신이 났다. 저마다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놀기 시작한다. 놀이터만 완성되면, 아이들의 놀이는 언제나 자연스럽다. 가만히 놀이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아이들의 특성도 자연스레 드러난다.

 

잰가가 심드렁해진 둘째가 먼저 새로운 방식으로 블록을 쌓기 시작했다. 첫째는 그게 재미있어보였는지 옆에서 함께 쌓아올렸다. 워낙에 꼼꼼한 첫째다보니 각을 맞추어 더 높게 쌓아올렸다. 놀이를 하다보면 그 성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다.

 

 

 

막내는 어딘가 정신이 팔리면, 끝장을 봐야 하는 성미라는 것이 여실이 드러난다.

누나들이 나무블록으로 잰가 놀이를 하는 것을 보고, 어떤 생각이 났는지 누나들의 블록을 모두 빼앗아 왔다. (요, 못된 녀석!) 그리고는 유니콘과 생일선물로 받았던 슈퍼 윙즈 장난감을 가지고 와서선 나무 호텔을 만들기 시작한다.

 

옆에서 누나들이 불평을 하던, 시끄럽게 그네를 타던 신경도 쓰지 않는다. 얼마간 시간이 지나고 난 뒤 막내를 쳐다보니 제법 그럴싸한 작품이 완성되었다. 얼핏 인천 국제공항 같기도 하고 꽤나 근사하다. 막내의 집중력에 새삼 감탄했다.

 

 

막내가 심혈을 기울여 호텔을 만들고 있다. 누나들도 완성되는 모양을 보고 '제법이다' 싶었던 모양이다. 주위에 모여 조금씩 훈수를 두려했다. 물론 막내는 절대 그 말들을 듣지 않았다. Only his way!

 


 

물론 일상은 바쁘다. 어른으로서 책임을 져야 하는 영역은 점점 많아진다. 그리고 동시에 여유는 사라진다. 아쉽게도 그런 이유로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당연스럽게 뒤로 밀어두게 된다.

 

'나는 어른이니까, 내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많으니까.'

 

그 말은 분명 맞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내가 망각한 것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른으로써' 나만 감당할 수 있는 여러 영역들이 존재하지만, 아이들도 역시 '지금은' 아버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다. 이 역할을 할 수 있을 때도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곧 아버지를 필요없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버지로써 아이들 곁을 지킬 수 있는 것도 지금에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코로나로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과 사회에서 많은 것들이 멈추고, 또 많은 것들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것은 사실이다. 무척 힘든 순간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그 덕분에 새롭게 깨달은 사실도 역시나 있다. 이젠 원래 있어야 할 것, 그런데 그 자리에 없었던 것들을 원상복귀 시킬 때다.

 

"아빠 육아! 그래 이제 시작이다!"

 


[관련 글 보기]

 

2020/03/29 - [독일, 생활 & 교육] - [아빠육아] #01. 아빠놀이터의 시작 (feat. 독일,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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