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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교육 & 자녀교육

[독일, 교육학 & 초등교육 & 유아교육] #08. 독일 놀이터 (2편)

by 바후르 2020.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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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놀이터들은 각 놀이터의 색깔이 다르다. 비슷하게 생긴 놀이터가 별로 없다. 아파트 단지며, 학교며 어디 가나 비슷한 놀이터들이 즐비한 우리나라 놀이터와는 대조적이다. 독일 놀이터는 서로 저마다 다른 '필살기'를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동네 놀이터에는  높은 '암벽등반' 놀이기구가 있다.  나무로 만들어진 매우 높이까지 오를  있는 '시소' 있다.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옆의 놀이터에는 나무로 만들어진 '미로' 있다. 그리고 밧줄로 거미줄처럼 엮어 놓은 '정글짐' 있다.

 

 

 동네 놀이터는 우리  500평은 족히 되는 놀이터가 있다. 거기는 아예 작은 세상을 만들어 놓았다. 미끄럼틀은 작은 언덕 위에 놓여져 있고,  옆에는 근처 숲에서부터 끌어온 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짚라인' 있다.

 

언덕 위에 미끄럼틀이 놓여 있고, 미끄럼틀 아래로는 동굴이 있다. 반대편에는 나무를 심어 숲을 만들어 놓은 곳도 있다. 서로의 영역마다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놀이터의 얼굴들이 재미있다.

 

사실 놀이터의 모습이 다양한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육적인 의미를 따진다면, 각 놀이터는 독일처럼 이렇게 서로 다른 모습을 가지는 것이 옳다.

 

첫째, 아이들의 얼굴이, 성격이, 개성이 모두 다르듯이. 각 놀이터의 색깔이 서로 다른 것은 아이들로 하여금 지속적인 흥미를 가지게 만들어 준다. 각 놀이터에서 놀면서 서로 다른 감각을 사용하고, 깨울 수 있게 만들어준다.

 

둘째, 서로 다른 놀이터의 모양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풍부하게 해 주고, 창의성을 발휘하게 해 준다. 고정된 시각적 경험을 넘어선 새로운 환경이 주는 인식과 능력의 확장을 가능하게 한다.  

 

물론, 그런 '다양성'이나 '필살기' 없더라도 놀이터는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한 역할을 할 터이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이런 다양한 재미가 있는 놀이터가 근처에 있다면 부모로서는 바랄 것이 많지 않다.

 

 

 


 

그럼 우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놀잇감은 무엇일까? '암벽등반'? 아니면, '짚라인'?

 

물론, 그런 멋진 놀잇감을 당연히 아이들은 좋아한다. 그런데 가만히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이를테면, '특별식'처럼 즐기지 '주식(主食)'처럼 즐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주식은 무엇일까?

우리 아이들의 경우에 매일 먹는 주식은 언제나 '모래놀이터'였다. 어떤 놀이터에 가든지 빠지지 않고 아이들은 신발을 벗어던져고, 모래 구덩이로 뛰어들곤 했다. 그리고는 나뭇가지나 장난감 틀을 이용해 성을 쌓고, 의자를 만들고, 케이크나 젤리 등을 만드는 일에 이내 열중했다.

 

겉으로보면 무엇인가 달라지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아이들의 놀이 안에서는 베이커리도 되었다가, 건축현장도 되었다가, 자동차 도로도 되었다가 모양이 수십번도 더 바뀐다. 그리고 돌아서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왜 그런 것일까?' 

 문득 인간의 본성 중에 '창조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창조성 때문에 이미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는 딱딱한 놀잇감보다는 마음껏 자신이 바꾸고, 창조할  있는 소프트한 놀잇감을 선호하는 것은 아닐까? 

 

단단하고 멋진 놀잇감일수록 아이들이 마음껏 변형할  있는 '여백' 주지 않는다. 아이들이   있는 것이라곤 이미 정해놓은 놀이규칙 속에 자신이 '순응'하고,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게 놀이 규칙을 '준수'하는 것도 중요한 것이고, 또한 재미를 담보한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일수록 더 강렬하게 원하는 것은 '적응'이 아니라 '창조'인 듯하다. 아이들은 스스로 규칙을 만들기 원하고, 자신만의 세상을 스스로 '창조'하길 원하는  같다.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가장 매력을 느끼는 놀잇감은 모래 놀이터가  것이 아닐까? 모래를 담고 뿜고, 쏟고 똑같은 행동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무엇인가 멋진 결과물이 없으면서도 아이들은  놀의 과정을 지칠줄 모르고 반복한다. 모래 놀이터에 놓아두면 아이들은 2시간 정도는 거뜬히 보낼  있다.  

 


 

아이들의 뇌는 '말랑말랑' 하고, 어른들의 뇌는 '딱딱하다' 않는가? 옳다. 나도 깊이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무궁한 가능성을 이미 단단해진 그릇에 담지 않으려고 한다. 

 

벌써 첫째는 '암벽등반'이나 '짚라인' 같이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고 자연스러운 발달의 단계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래서 얼마가 될지 모르는 이 시간, 아이들이 충분히 상상하고, 즐길 수 있도록 자유를 주고 싶다. 그런 환경에 더 많이 노출시켜주고 싶다.

 

어차피 부모가 할 수 있는 교육적 역할이 무에 그리 크겠는가? 좋은 환경을 찾아 제공해주는 것, 그 밖에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배움의 목적을 찾고, 배움의 목표를 정하고, 배우는 과정을 이루어가야 할 것은 부모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 자신인 것을.

 

그런 점에서 여러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독일의 놀이터가 주변이 있다는 것이 참 감사하다. 

 

 

서울교육소식 | 서울특별시 교육청

꿈을 담은 놀이터가 학교에 만들어졌다! : 편해문 놀이터디자이너 인터뷰 2018.09.14 │ 대변인 / 강래훈 / 02-1396

enews.sen.go.kr

 

다행히 한국에서도 놀이터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고 있는 듯하다. 이미 유명해진 편해문  등을 중심으로 한국에서도 '놀이터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있음을 들었다. 지인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는 어떤 공모에 당선되어 '상상하는 놀이터'를 만들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또한 감사한 일이다. 소수의 누군가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환기가 우리나라에서도 여기 독일과 같이 사회 전반에 걸친 공감을 얻을  있기를 바라본다. 그렇게 계속 나 아가다 보면, 우리나라도 서로 다른 색깔의 놀이터를 더 자주 볼 수 있겠지? 조금 더 많은 자연을 담고, 조금 더 많은 상상을 담은 놀이터들을 만나고 싶은 심정이다. 

 


[관련 글 보기] 

 

2020/06/11 - [독일, 생활 & 교육] - [경험 교육 #.15] 독일 놀이터 (1편)

2019/12/01 - [독일, 생활 & 교육] - [경험 교육 #.3] 창의적인 예술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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