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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생활 & 문화

[독일생활&유학 #.47] 독일어 공부 - 오디오북 (Hörbuch)

by 바후르 2020.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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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느려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 "오디오 북"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것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다. 

 

독서는 책을 "읽는 것".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종이로 된 책"을 읽는 것.

이런 생각들이 일반적이지 않았을까?

 

그러던 것이 인터넷과 통신의 발달과 더불어 전자책(E-book)이나 팟캐스트 등 다양한 독서방식으로 최근에야 변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독서 형식에 대한 생각은 바쁜 현대인의 일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2015년쯤, EBS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국민 독서 캠페인을 벌이며, 이런 광고를 전송했었다. 물론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바쁜 현대인. 당신이 책을 못 읽는 것은 당신 잘못이 아닙니다. 라디오를 켜세요. 책 읽어주는 라디오 EBS"

 

 

오디오 북에 대한 매력과 가능성을 처음 피부로 느낀 때가 아니었나 싶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오디오 북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시각 장애인들과 같이 '특수하게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것으로 국한되어 있었던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 2005년도에 포항 장애인 복지관에서 도서 녹음 봉사를 한 적이 있다.

 

2020년 현재. 

이젠 다양한 독서 팟캐스트들이 존재하고, 밀리의 서재 등 각종 전자책 출판 플랫폼에서 운영하는 오디오 북이 존재한다. 최근 베타 버전으로 네이버 포털에서까지 오디오 클립을 실험하고 있으니, 오늘날 한국에서 오디오 북은 돈이 되는 시장이 분명한 모양이다.

 

 

우리가 독일에 와서 아이들의 독일어에 대해 고민할 때, 이웃집 식구들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 있었다. 바로 어린이 동화책, 동요 오디오 북이었다. 독일에서는 Hörbuch이라고 한다. '듣다'라는 뜻의 hören과 '책'이라는 뜻의 Buch가 합쳐진 말이다.

 

 

 

 

 

 

이웃 할머니는 자신의 창고와 자녀 가족들에게서 아주 박박 긁어 모아 2박스 정도 되는 CD와 카세트를 선물로 주었다. 한국인 중 요즘 누가 CD 플레이어를 쓰겠는가? 그런 우리 상황을 아셨던지, 창고에 있던 자신의 CD 플레이어까지 찾아서 주셨다. 누구로부터 온 것인지 물어보니, 자신의 막내딸이 듣던 것에서부터 지금은 중고등학생이 된 자신의 손자, 손녀의 것까지 가능한 모든 것을 모아 온 듯했다. 정말 독일인들의 물건을 수집하고 관리하는 능력은 알아줘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오디오 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나만 하더라도 어렸을 적 카세트테이프에 녹음된 어린이 동화를 듣곤 했었던 기억이 난다. 독일과 한국이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이런 오디오북(Hörbuch)이 독일이 더 대중적이라는 것이다.

 

독일은 회사마다 동화나 책의 내용이 다르지 않다. 유명한 어린이 책도 하나고, 녹음된 어린이 책의 내용도 하나다. 차이가 있다면, 그 오디오 책이 카세트에 담겨있는가? CD에 담겨있는가? 아니면 토니박스(Toniebox)나 세이펜(Saypen) 같은 특별한 오디오북(Hörbuch) 플랫폼에 담겨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때문에 할머니가 들었던 동화를 딸이, 딸이 들었던 동화를 손녀가 같이 듣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인해 듣는 방식은 조금 달라졌지만, 어떤 내용적이고 정서적인 것은 세대를 아울러 공유된다. 나는 이것이 오디오북(Hörbuch)이라는 방식에 대한 오랜 대중성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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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오디오북(Hörbuch)에 익숙해진 독일 어른들이 나이가 들었다고 종이 책만 읽을 리 없다. 당연히 어른들을 위한 다양한 오디오북(Hörbuch)이 존재한다. 오늘 우리나라에게 종이책을 출판할 때 거의 100% 전자책을 함께 제작하는 것처럼, 독일에선 종이책을 출판할 때, (상품성이 있다면) 거의 100% 오디오북(Hörbuch)을 함께 제작한다. 

 

대중적으로 유명한 플랫폼 중 하나는, 내가 지금 이용하고 있는, 아마존에서 운영하는 '어디블'이다. 어린이 동화책에서부터 다양한 장르의 도서들의 오디오북(Hörbuch)을 제공하고 있다. 한 달은 무료로 2~3권을 다운로드하여서 들을 수 있고, 두 번째 달부터는 한 달에 약 만원의 비용으로 1~2권의 책을 다운로드하여서 들을 수 있다. 물론, 한 번 다운로드한 책은 구입한 것이므로 평생 소장 가능하다. 

 

금전적인 부담이 된다면, 유튜브에서 Hörbuch라고 검색해도 다양한 영상이나 음원을 찾을 수 있다. 물론 광고가 끼면 답답해지긴 하지만, 자신에게 잘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데는 좋은 시도가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런 오디오북(Hörbuch) 아이들에게도 물론이지만, 독일어를 배우는 어른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독일어를 많이, 자주 듣는 연습은 말할 것도 없고, 독일인들과 대화나 사고를 이해하는데도 크게 도움을 준다. 독일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굉장히 다양한 주제에 깊은 관심이 있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세대를 거슬러, 혹은 그 세대 안에서 공유하고 있는 문화가 매우 끈끈하다. 다양한 책을 읽으면 보다 깊은 문화와 사람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독일어는 쉽지는 않지만, 독일에 살려면 일단 독일어는 잘하고 봐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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