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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 & 유학 & 문화 : 자녀교육/독일생활 & 문화

[독일생활&유학 #.48] 수제 도토리묵 만들기!!

by 바후르 2020.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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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가면 집밥이 그리워진다고 한다. 한국 식자재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해외 어디를 가든 상황은 매 한 가지다. 각 나라 별로 입맛이 다르고, 주식도 다르고, 그에 따라 많이 생산되는 농공산품도 다르니, 우리 식자재를 구하기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려운 건 사실이되, 다행히 독일은 여타 외국과 비교하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일테면, '라면을 보약처럼' 먹거나, '고추장을 숨겨두고 쥐똥만큼 짜 먹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자국 내, 또는 유럽 간 유통무역이 중요한 독일이다 보니 생각보다 많은 아시아 음식, 한국 음식들을 구할 수 있는 통로가 존재한다.

 

 

 

* 아시아 마트 / 온라인 한국 식재료 구입처 (아래 클릭)

 

[독일생활&유학 #.4] 독일에서 장보기, 생활물가 정보 (feat. 독일 대형마트 '에데카')

한국에서 독일 생활을 고민하고 알아볼 때, 두 가지의 상반된 반응이 있었다. 한 쪽은 "독일은 유럽이라 물가가 비싼데, 어떻게 생활하려고 그래?"라고 묻는 경우였고, 다른 쪽은 "그래도 독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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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생활&유학 #.23] 독일에서 '김치' 만들기 (*배추 = Chinakohl)

지금까지라 봐야 짧은 독일 생활이지만, 그래도 그리운 것이 생기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장모님의 밑반찬이다.  한국인에게 김치의 존재는 음식 이상의 가치이지 않은가? 그나마 다행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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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것은 간사한 것이 사람인지라, '절대적인 수치'로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외국에 있으니 당연스럽게 아예 못 먹어도 할 말이 없는 한국음식인데, 때 되면 김치를 담가먹을 수 있고, 고추장이나 된장 파는 아시아 음식 가게가 곁에 있으니 감사하다 해도 될 것을. 여름에는 신선한 해산물이나 회가 먹고 싶고, 날이 추우면 붕어빵이 먹고 싶고, 집 안 일을 실컷 한 뒤에는 짜장면이 먹고 싶고, 축구를 보면 양념 치킨이 먹고 싶어 지곤 한다. 

 

 

 

 

 

 

가을이 왔다. 나무들이 점차 노랗고 붉은 잎으로 점차 치장을 하고 있다.

 

우리 마을에는 떡갈나무(참나무, 상수리나무)가 많은데, 마을 차원에서 가로수로 조성하여 관리하고 있다. 가을이 되니 떡갈나무 수목은 크고 단단하게 자라는 편이기 때문에 가옥이나 가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목재가 된다. 떡갈나무의 다른 이름은 도토리나무이다.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도토리 묵이나 떡의 귀한 식재료를 제공한다. 그런 면에서는 버릴 것이 없는 좋은 나무 일터이다. 

 

가을이 되니 집 앞 도토리나무에서 많은 열매가 '후드득' 길 가로 쉴 새 없이 떨어진다. 만약 우리 할머니가 보았다면 분명 '이게 웬 횡재려나!' 하시면서 잔뜩 모아다가 묵을 쑤셨을 것이다. 그러나 독일에서 도토리는 식재료가 아니다. 그래서 독일인들, 특히 우리 옆집 아주머니의 경우에는 '천하 쓸데없는, 귀찮은 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길에 떨어진 떡갈나무 잎을 치우는 청소부 (https://www.chicagotribune.com/)

 

쓸 데 없이(?) 떨어진 도토리를 보고, 문득 도토리 묵이 먹고 싶었다. 한국에서 도토리를 주워다가 '도토리 방앗간'에 가지고 가면, 곱게 가루로 만들어 주시는 것은 보았는데, 실제로 집에서도 이렇게 묵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한인교회 한 집사님께서 "예전에 친정어머니가 독일 놀러 오셨을 때, 도토리를 주워다가 묵을 해주셨어요. 그냥 끓이기만 하면 쉽게 되던데요."라고 말씀하신 것이 아닌가?

 

얼른 인터넷의 힘을 빌어 도토리를 주워서 집에서 직접 묵을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동영상을 찾아보았다. 있었다! 할렐루야! 그래. 한국음식도 먹을 수 있고, 가을 방학으로 심심해하는 아이에게 즐거움도 주고, 잊을 수 없는 좋은 자연 경험도 가질 수 있으니 1석 3조가 아닌가? 얼른 도전해보았다.

 


 

이제부터는 사진으로 정리한 수제 도토리묵 만들기!!

 

 

 

우리 입장에선 예쁘고 탐스러운(?) 도토리들이 지천에 떨어져있다.
아이들과 아침 산책을 나갔다가 떨어진 도토리를 주머니에 모았다. 한 30분 쯤 줍자 대략 10kg 정도를 금방 모을 수 있었다.
도토리를 까는 것은 일이었다. 그 날 저녁 1/4정도의 도토리를 2시간 정도 까서 물에 불렸다.

 

믹서에 물을 넣어 갈면 이렇게 노란 빛의 물이 나오는데, 천으로 찌꺼기를 걸러낸 뒤, 여러번 물을 담갔다 빼내며 떫은 맛을 없애줘야 한다.
밑에 남은 걸쭉하고 노란 도토리 물을 냄비에 넣어 끓이기만 하면, 점차 도토리묵 색깔로 변하면서 찐뜩찐뜩해진다. 마지막에 소금과 참기름 간만 한뒤 식히기만 하면 도토리 묵이 완성된다.
쫄깃한 도토리 묵 완성. 간장과 고춧가루로 양념장을 만들어 올려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역시 묵은 양념간장 맛!

 

한국이라면 하지도 않았을 일을 독일에서 하고 있다. 참 재미있다. 사실, 한국에 있었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일이긴 하다. 한국에선 쉽게 도토리 묵을 구해다가 먹을 수도 있고, 심지어 집에서 가루를 사서 만들어 먹는다고 하더라도 그리 큰돈이 필요하진 않으니까.

 

꼬박 이틀이 걸렸다. 줍는 것까지 하면 3일. 맛있긴 했지만, 마음은 단단히 먹어야겠더라. 여간 많은 정성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런 내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자신이 주운 도토리가 맛있는 묵이 된 것이 신기해서, 내일도 도토리를 주우러 가자고 말한다. 참고로 내일 나는 허리가 아플 예정이다. 미안하다 애들아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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